명품 시계 오래 쓰는 오버홀·보관 관리법

명품 시계가 오래갈수록 더 멋있어지는 이유

명품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보는 도구를 넘어, 내 생활 습관과 취향이 고스란히 쌓이는 ‘작은 기계’예요. 그런데 이 작은 기계는 생각보다 예민해서, 관리 방식에 따라 5년 뒤 상태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같은 모델이어도 누군가는 10년을 써도 새것 같고, 누군가는 2~3년 만에 오차가 커지거나 크라운이 뻑뻑해지죠. 결국 차이는 “오버홀(정비) 타이밍”과 “보관 습관”에서 생깁니다.

스위스 시계 산업 관련 자료에서 기계식 무브먼트는 오일(윤활유)의 상태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알려져 있고, 온도·습도·충격 같은 환경 요인이 오일의 점도 변화와 마모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해요. 즉, 관리만 잘해도 ‘수명’과 ‘가치’를 동시에 지킬 수 있다는 뜻이죠. 오늘은 어렵게 말하지 않고, 실제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 위주로 정리해볼게요.

1) 오버홀의 기본: “언제, 왜, 무엇을” 정비하는가

오버홀은 무브먼트를 분해해서 세척하고, 마모된 부품을 점검·교체하고, 다시 조립한 뒤 오일을 새로 주입해 정확도와 방수 성능을 회복시키는 과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고장 나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고장 나기 전에 하는 건강검진”에 가깝습니다.

오버홀 주기는 몇 년이 정답일까?

브랜드/무브먼트/사용 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범위는 기계식 4~7년, 쿼츠 7~10년 수준이에요. 다만 이건 평균치에 가깝고, 아래 조건이 있으면 더 당겨서 점검하는 게 안전합니다.

  • 최근 들어 하루 오차가 눈에 띄게 커졌다(예: +/− 15~30초 이상으로 체감)
  • 시간 맞춘 지 얼마 안 됐는데 크라운 조작이 뻑뻑하거나 감김이 불규칙하다
  • 자동 시계인데 착용해도 파워리저브가 빨리 떨어진다
  • 방수 시계인데 김서림(내부 습기)이 생긴 적이 있다
  • 낙하/강한 충격 이후 초침 떨림, 로터 소음, 진동이 달라졌다

‘오버홀 미루기’가 더 비싸지는 구조

윤활이 마른 상태로 계속 쓰면, 부품끼리 마찰이 늘어 마모가 진행돼요. 이때는 단순 세척·윤활로 끝나지 않고 기어, 축, 베어링 계열 부품 교체가 늘어나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를 미루면 엔진 수리가 커지는 것과 비슷해요.

정비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

오버홀 후 체감이 큰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정확도(오차), 둘째 크라운 감김 느낌과 시간 조정 감도, 셋째 방수(가스켓 교체/압력 테스트 포함 시). 특히 ‘방수 성능’은 생활방수든 다이버든 시간이 지나면 가스켓이 경화되기 때문에 정기 점검이 중요합니다.

2) 정비소 선택법: 공식 서비스 vs 전문 공방, 무엇이 유리할까?

명품 시계를 오래 쓰려면 “누가 손대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정비 품질은 시계의 컨디션뿐 아니라 향후 리세일 가치에도 영향을 줍니다.

공식 서비스센터의 장단점

공식 서비스는 정품 부품 수급과 작업 표준, 방수/정확도 테스트 장비가 확실한 편이에요. 작업 내역이 기록으로 남아 추후 가치 측면에서도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대신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고, 대기 기간도 길 수 있어요.

  • 장점: 정품 부품, 표준 공정, 기록 관리, 방수 테스트 신뢰도
  • 단점: 비용 부담, 기간 길어짐, 외관 폴리싱 등 옵션 선택이 제한적일 수 있음

전문 공방(독립 시계사)의 장단점

실력 있는 독립 시계사는 소통이 빠르고, 불필요한 교체를 줄여 비용을 조절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단종 모델이나 빈티지에 강한 곳도 많습니다. 다만 실력 편차가 크니 검증이 필요합니다.

  • 장점: 유연한 소통, 비용 조절 가능, 빈티지/특정 무브먼트 전문성
  • 단점: 실력 편차, 부품 수급 한계, 작업 표준·보증 조건이 제각각

정비소를 고를 때 꼭 확인할 체크리스트

아래 질문에 명확히 답해주는 곳이 신뢰도가 높아요.

  • 오버홀 공정에 “완전 분해·초음파 세척·재윤활·타임그래퍼(시간 측정)·방수 테스트”가 포함되는가?
  • 교체 부품은 사전에 안내하고, 교체 전/후 사진이나 부품 반환이 가능한가?
  • 폴리싱(케이스 연마)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가?
  • 정비 보증 기간(예: 6개월~2년)과 보증 범위는 무엇인가?
  • 작업자(시계사)의 경력/자격, 작업 사례(리뷰)가 충분한가?

3) 매일 하는 착용·사용 습관이 수명을 좌우한다

정비를 잘 받아도, 평소 습관이 거칠면 금방 컨디션이 떨어져요. 반대로 작은 습관만 바꿔도 오버홀 주기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충격과 자성(자석)의 위험: 의외로 흔한 원인

기계식 시계 오차가 갑자기 커지는 대표 원인 중 하나가 ‘자화(자성을 띔)’예요. 스마트폰 케이스 자석, 태블릿 커버, 노트북 자석, 무선 충전기 주변, 가방 자석 잠금장치 등 일상에 자석이 많습니다. 자화되면 밸런스 스프링이 붙으면서 오차가 커질 수 있어요. 다행히 탈자(자성 제거)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의심되면 정비소에서 빠르게 점검받는 게 좋습니다.

  • 시계를 스피커/자석 거치대/자석 케이스 위에 올려두지 않기
  • 오차가 갑자기 커지면 “오버홀”보다 먼저 “탈자 점검”을 해보기
  • 강한 충격(골프 스윙, 테니스, 공구 작업)은 가급적 피하기

크라운 조작, 이렇게 하면 고장률이 줄어든다

크라운은 작은 부품이지만 고장 문의가 정말 많은 부분이에요. 특히 스크류-다운(나사식) 크라운은 조작 습관이 중요합니다.

  • 스크류-다운 크라운은 풀 때 먼저 살짝 반대 방향으로 돌려 나사산을 맞춘 뒤 잠그기
  • 날짜 변경 금지 시간대(일반적으로 밤 9시~새벽 3시 전후)에는 날짜 퀵셋 조작을 피하기
  • 젖은 손/샤워 중 크라운 조작은 피하기(방수와 별개로 실링에 부담)

가죽줄과 메탈줄, 관리 포인트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시계라도 스트랩에 따라 관리법이 달라요. 가죽줄은 땀과 습기에 약하고, 메탈줄은 틈새 오염과 스크래치가 핵심입니다.

  • 가죽줄: 여름철 땀이 많은 날은 교체 스트랩을 준비하거나 착용 시간을 줄이기
  • 가죽줄: 착용 후 마른 천으로 닦고 통풍되는 곳에서 말리기
  • 메탈줄: 미지근한 물+중성세제로 가볍게 세척 후 완전 건조(방수 등급 확인 필수)
  • 메탈줄: 브레이슬릿 핀/나사 풀림을 주기적으로 점검

4) 보관이 반이다: 습도·온도·빛·먼지 관리법

명품 시계는 “안 차는 시간”이 더 길 때도 많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컨디션을 크게 좌우합니다.

습도는 시계의 조용한 적

습기는 다이얼 변색, 핸즈 부식, 무브먼트 녹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특히 한 번이라도 내부에 습기가 들어갔던 시계는 이후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보관함(케이스)에 실리카겔을 넣고 정기적으로 교체하기
  • 욕실/주방 근처 보관은 피하기(증기, 온도 변화가 큼)
  • 시계에 김서림이 보이면 즉시 착용 중단 후 점검받기

온도 변화와 직사광선도 생각보다 영향이 크다

높은 열은 오일 점도 변화와 부품 팽창/수축을 유발할 수 있고, 직사광선은 다이얼/베젤 색 바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여름철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시계를 두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아요.

  • 장시간 직사광선 노출 피하기
  • 차 안 고온 환경에 방치하지 않기
  • 난방기/라디에이터 가까이 두지 않기

와인더(자동 시계 보관함)는 꼭 필요할까?

자동 시계를 여러 개 번갈아 차는 분들은 와인더가 편하긴 해요. 다만 “무조건 켜두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계속 돌리면 마모가 늘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윤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어요. 결론적으로는 사용 패턴에 맞추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 달력/문페이즈 등 컴플리케이션이 많아 자주 세팅이 번거로운 시계는 와인더가 편리
  • 와인더 사용 시 회전 수(TPD)와 방향이 무브먼트에 맞는지 확인
  • 모든 시계를 365일 계속 돌리기보다, 착용 주기에 맞춰 ‘필요한 것만’ 운영

5) 방수는 ‘영구 옵션’이 아니다: 점검과 생활 속 주의

“방수 100m니까 샤워해도 되겠지?” 같은 오해가 정말 많아요. 방수 표기는 새 제품 기준이고, 가스켓 노화·충격·크라운 조작 습관에 따라 성능은 달라집니다.

생활 방수와 실제 사용 환경의 차이

물은 압력뿐 아니라 온도 변화와 세제, 염분(바닷물) 같은 변수로 시계를 괴롭혀요. 특히 뜨거운 샤워는 증기와 열로 실링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 샤워/사우나는 가능하면 피하기(열+증기+비누 성분)
  • 바닷물에 닿았다면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헹군 뒤 완전 건조(방수 등급 확인)
  • 크라운/푸셔는 물속에서 조작하지 않기(다이버 특수 설계 제외)

방수 테스트는 언제 하면 좋을까?

물에 자주 노출되는 분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방수 점검을 권하는 곳이 많아요. 최소한 오버홀 시에는 압력 테스트를 함께 진행하는 게 좋고요. “한 번도 물에 안 들어갔는데요?”라고 해도, 비 오는 날/손 씻기/땀처럼 생활 노출은 계속되기 때문에 점검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문제 해결: 증상별로 이렇게 접근해보자

시계가 이상할 때 무조건 오버홀부터 하기보다, 증상별로 원인을 좁히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하루 오차가 갑자기 커졌어요

  • 먼저 자화(탈자) 점검: 비용/시간 부담이 비교적 적고 효과가 큰 경우가 많음
  • 최근 충격 여부 확인: 낙하/스포츠 활동 이후라면 즉시 점검 권장
  • 오일 경화 가능성: 오래 미정비 상태라면 오버홀 고려

유리가 뿌옇게 김이 서려요

  • 즉시 착용 중단: 내부 부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짐
  • 드라이기로 말리는 임시처치는 ‘응급’일 뿐, 반드시 방수/가스켓/부식 점검 필요
  • 원인(가스켓 노화, 크라운 손상, 충격)을 찾아 재발을 막기

크라운이 헛돌거나 감김이 이상해요

  • 무리하게 돌리지 말기: 내부 기어 손상 위험
  • 스크류-다운이면 나사산 손상 여부 점검
  • 수리 시 스템/튜브/크라운 교체가 필요한지 확인

폴리싱(연마),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폴리싱은 스크래치를 줄여 외관을 깔끔하게 만들지만, 과하면 케이스의 모서리(샤프함)와 원래의 형태가 무뎌질 수 있어요. 특히 빈티지나 리세일을 고려한다면 ‘필요 최소한’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가치 보존이 목표라면: 가급적 최소 폴리싱 또는 비폴리싱 선택
  • 일상 착용 만족이 목표라면: 공식/전문가에게 라인 유지 폴리싱 요청
  • 브레이슬릿은 생활 스크래치가 자연스러운 ‘사용감’이 될 수도 있음

브랜드·상태별 정밀 감정, 믿을 수 있는 중고명품시계매입.

오래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기+환경+기록”이다

명품 시계를 오래 쓰는 비결은 거창하지 않아요. 정비를 고장 후가 아니라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계획하고, 자석·충격·습도 같은 일상 리스크를 줄이며, 보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 여기에 정비 내역과 방수 점검 기록까지 챙기면, 10년 뒤에도 지금 같은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 오차/감김/습기 같은 신호가 오면 ‘방치’하지 않기
  • 정비소는 공정·보증·테스트 장비 기준으로 선택하기
  • 보관은 습도와 온도 변화부터 잡기
  • 방수는 영구가 아니라 ‘관리 항목’으로 생각하기

지금 가지고 있는 시계를 오늘 한 번만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보관해도, 관리의 시작으로 충분해요. 작은 습관이 시계를 오래, 그리고 더 멋지게 만들어줍니다.